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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운드 엔지니어 장인이 말하는 기생충·오징어게임 성공, 'K-사운드' 있었다

최태영 대표 "돌비 애트모스 기술로 표현하는 실제 소리, K-사운드 정체성 느꼈다"

최태영 라이브톤 대표이사 (사진=돌비 래버러토리스)

(씨넷코리아=신동민 기자) "봉준호 감독이 <옥자> 제작 당시 돌비 애트모스를 경험하고 <기생충>에 돌비 애트모스를 쓰고 싶다고 했어요. <기생충>에서 극중 인물 박 사장이 계단 올라가는 씬에서 지하의 송강호에게 들리는 계단소리 움직임을 천장 스피커들이 구현한 겁니다"

국내 최고 기술력과 전문성을 바탕으로 디지털 시네마, 방송 콘텐츠 등을 위한 오디오 포스트 프로덕션 서비스를 제공하는 오디오 콘텐츠 제작 기업인 최태영 라이브톤 스튜디오 대표의 말이다.

라이브톤 스튜디오 믹싱 스테이지 전경 (사진=라이브톤)

최 대표가 운영하는 라이브톤은 한국 영화 시장에 높은 수준의 VFX 기술을 구현하는 '덱스터 스튜디오' 자회사로 한국을 대표하는 영화 <괴물>부터 <명량> <부산행>, 그리고 넷플릭스 오리지널 <킹덤> <오징어게임>과 같이 한국 영화 음향을 제작하는 스튜디오다. 영화 속 사람이 걸어다니는 발소리나 폭발음, 여기에 멋진 배경음을 녹여내 적시적소에 표현해내는 게 최 대표가 하는 일이다.

라이브톤은 1996년 창립 이후 영화 <비트>에 첫 돌비 디지털 5.1 채널 믹싱 적용을 시작으로 최근에는 미국 아카데미상 주요부문을 수상한 '기생충' 사운드까지 모두 최 대표 손을 거쳐 완성도를 높였다.

그는 영화의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돌비 래버러토리스의 객체 기반 서라운드 기술 '돌비 애트모스(Dolby Atmos)'를 선택했다. 화면 속 다양한 움직임이나 여러 가지 소리를 돌비 애트모스 공간 안에서 입체적으로 자유로운 배치가 가능해 시청자에게 차원이 다른 몰입감과 감동을 선사한다. 라이브톤 스튜디오는 돌비 애트모스에 최적화된 믹싱룸을 다수 보유, 영화부터 영상 콘텐츠를 비롯해 음향 콘텐츠 전용 음악 작업까지 다양한 작업을 진행 중이다.

라이브톤 스튜디오의 사운드 에디팅 스위트 (사진=라이브톤)

최 대표는 <기생충> 한 장면을 보여주며 돌비 애트모스 기술을 시연했다. 최 대표는 "펑펑 터지고 화려한 소리보다 조용한 상황에서 디테일하게 표현되는 소리가 더 중요하다고 볼 수 있으며 기생충에서 보여주는 가공되지 않은 리얼 사운드를 모아 애트모스로 작업했을 때 이 정도의 효과가 난다는 것을 알게 됐"며 "이게 K-사운드의 정체성이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고 웃으며 말했다.

그는 이어 "헐리우드와는 다른 섬세하고 감성적인 연출이 K-사운드 특징이며 감독 주관적인 의도를 정확히 파악하지 못하고 관객에게 바르게 전달하지 못하는 사운드는 실패한 겁니다"고 밝혔다.

최 대표는 라이브톤 스튜디오가 그간 작업해온 수많은 작품들 중에서도 <기생충>과 <오징어게임>이 이른 바 K-사운드 시작이 됐다고 자부했다. 최 대표가 속해 있는 미국 아카데미의 다른 회원들도 돌비 애트모스와 K-콘텐츠가 결합한 대표 영화 <기생충>을 보고 깜짝 놀랐다며 많은 연락을 받았다고 회상했다.

그러면서 최 대표는 최근 몇 년간 토종 OTT 제작자들도 콘텐츠 제작에 투자를 아끼지 않는 모습을 보면서 영상도 중요하지만 사운드 품질에도 조금 더 신경을 써야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국내 제작사에게 사운드에 대한 니즈를 물으면 단순히 좌우로만 표현되는 스테레오를 요구한다"며 "글로벌 OTT 제작사는 최소한 5.1채널이나 돌비 애트모스를 요구하는 반면, 국내 영상 제작사들은 기술적으로 특히 사운드에 대한 중요성을 잘 모르는 것 같다"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최태영 라이브톤 스튜디오 대표의 설명 현장 (사진=라이브톤)

현업에 종사하는 음향 엔지니어들과 유망주들에게도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최 대표는 특히 소리를 기록하고 수집하는 방식이 무엇보다 가장 우선시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영화 <모가디슈>나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에 등장하는 총격전 씬에서도 그 총 소리를 담기 위해 고무줄 새총을 구해 금속 배어링을 걸어 쏘면서 녹음했다"면서 "소리를 만드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렇게 노력을 들여 만든 사운드는 현존 최고 사양으로 아카이빙해야 10년, 15년 뒤에도 높은 퀄리티를 유지하고 사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최 대표는 "제 마스터피스는 제 마지막 작품이 될 겁니다"라며 "끝없이 새로운 작업물들이 기다리고 있으니까요"라고 자신했다.

신동민 기자shine@c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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